로마 개선 행렬에서
풍기는 두 가지 냄새
로마 장군이 큰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오면 개선 행렬이 열렸어요. 장군이 전차를 타고 로마 시내를 행진하고, 뒤로는 전리품과 사로잡힌 적국의 포로들이 줄지어 따라갔어요. 길가에서는 향을 피워 온 도시에 향냄새가 가득했다고 해요.
바울은 이 장면을 떠올리며 말해요. "항상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이기게 하시고"(2:14). 여기서 "이기게 하시고"라는 말은 헬라어로 개선 행렬로 이끌고 가다라는 뜻이에요. 그런데 재밌는 건 바울이 서 있는 자리예요. 전차 위의 장군이 아니라 그 뒤를 따르는 사로잡힌 사람의 자리예요. 원래 하나님과 싸우던 사울이, 그리스도께 사로잡혀 기쁘게 행렬을 따라가는 거예요.
그 행렬에서 풍기는 향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졌어요. 이긴 쪽에게는 승리의 향기였지만, 끌려가는 포로에게는 곧 닥칠 처형을 알리는 냄새였거든요. 그래서 바울은 복음을 이렇게 말해요. "이 사람에게는 사망으로부터 사망에 이르는 냄새요 저 사람에게는 생명으로부터 생명에 이르는 냄새라"(2:16). 같은 복음이 누군가에게는 생명의 향기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거슬리는 냄새가 돼요. 그러니 바울은 "누가 이 일을 감당하리요" 하고 탄식할 수밖에 없었어요.
※ 2:14의 단어를 로마 개선 행렬로 읽는 해석은 널리 받아들여지지만, 바울을 "포로"로 보는지 "행렬에 참여한 사람"으로 보는지는 학자마다 조금씩 달라요.